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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 사회적 역할 상실과 번 아웃 사이의 절충점

by jspringalgo 2025. 4. 5.

2015년에 개봉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영화 〈인턴〉은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은 따뜻하고 유쾌한 드라마입니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주인공의 조화가 궁금해지는 영화는 퇴직 후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70세의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벤은 온라인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는 젊은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의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세대 차이와 가치관의 차이로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한 신뢰와 우정을 쌓아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벤의 존재를 불편하게 느끼던 줄스는 점차 그의 성실함, 경청하는 태도, 인생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영화는 단순히 노인의 사회 복귀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과 가정, 인간관계 속에서의 균형과 변화, 세대 간 소통이라는 폭넓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리더십의 무게,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관객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인턴

심리학으로 보는 〈인턴〉의 핵심 주제

〈인턴〉은 다양한 심리학적 주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자아정체성', '역할전이', '세대 간 갈등', '자기실현' 등과 관련된 심리적 주제를 영화 전반에 걸쳐 엿볼 수 있습니다. 먼저 벤 휘태커는 은퇴 후 '역할 상실'을 경험한 인물입니다. 그가 인턴으로서 다시 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은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중 '통합 대 절망'의 시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후회하지 않고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노년기 심리의 이상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줄스 오스틴은 '성취를 위한 압박'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대표적인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CEO로서 회사와 직원을 이끌어야 하는 동시에, 아내이자 엄마로서 가정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에도 시달립니다. 이 과정에서 줄스는 불안, 자기 회의, 통제 불능감 등을 겪으며 점차 심리적으로 붕괴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번아웃 증후군'과도 연결되며, 감정노동의 지속으로 인한 탈진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런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제시해주며, 현실의 시청자들 역시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따뜻한 무드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갈등 해결을 위한 접근

〈인턴〉의 갈등 해결 과정은 ‘대화’와 ‘경청’이라는 두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줄스는 처음엔 벤을 단순한 노인 인턴으로 여기며 거리를 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조용한 관찰력, 따뜻한 말투, 일관된 태도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벤은 조언보다는 경청을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게끔 도와주는데, 이는 심리 상담 기법에서도 강조되는 요소입니다. 특히 줄스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감정이 무너질 때, 벤은 감정적인 개입 대신 그녀가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합니다. 강한 내면과 훈련된 상담가가 내담자의 자아와 중심을 견고하게 하고 건강하게 하기 위해 도움을 준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덩달아 관객도 감정적인 반응보다 지혜로운 선택을 고민하게 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영화는 직장에서의 권한 위계, 사생활 침범, 워킹맘으로서의 부담감 등 다양한 현실적 갈등을 보여주지만, 그것을 극단적 대립보다는 대화와 이해로 풀어나갑니다. 줄스가 회사를 외부 CEO에게 맡길지 말지를 고민할 때, 벤은 단순한 충고가 아니라 그녀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이끕니다. 이처럼 영화는 갈등 상황 속에서 직접적인 해결책보다는 자기 성찰과 인간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접근을 보여줍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갈등 해결에 있어 참고할 만한 심리적 접근 방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