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는 언제 발달하는가 하는 질문은 발달심리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초기 사회학자들이 '자기'의 사회적 기원을 주장했지만 사회적 맥락에서 '자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문제는 발달심리학자들의 과제였습니다. 유아의 '자기' 발달에서 자기 지각과 자기의식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자기 지각은 자신이 다른 사물이나 사람과 분리되어 존재한다는 지각이고, 자기의식은 자신을 돌이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즉 반성적 능력을 의미합니다. 자기 지각은 실존적 자기, 자기의식은 범주적 자기로 지칭되기도 하는데 자기의식은 인간과 침팬지 등 영장류에서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자기'가 시공간에 걸쳐 지속된다는 믿음인 자기 영속성이 자기 발달에 중요한 성분으로 유아기에 형성된다고 말합니다.
자기지각과 자기의식의 발달
자신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과 분리되어 존재한다는 자기 지각은 대략 생후 3개월경에 이루어집니다. 자기 신체의 감각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감각과 차이가 있다는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며 촉감이나 시각 등의 관찰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 대상 영속성의 발달과 더불어 여러 상황을 거치며 일관성을 유지하는 감각을 갖게 되는 것도 자기 지각의 발달에 기여를 합니다. 이렇게 3개월에서 18개월 사이의 아동은 지각된 '자기'의 감각이 발달합니다. 자기의식은 15개월경에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Gallup(1970)이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습니다. 거울 속 모습을 보는 침팬지의 반응을 관찰한 연구입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다른 구성원을 대하듯 행동했는데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고기 뼈를 물고 개울을 지나던 개의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개는 자기 모습을 다른 개인 줄 알고 짖다가 뼈를 잃어버리고 만다. 침팬지도 처음에는 다른 종을 대하듯 위협적으로 반응하지만 며칠이 지난 후에는 거울을 이용해 자기 모습을 다듬고 자기 지향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관찰했습니다. 침팬지를 마취시킨 후 빨간 물감을 얼굴에 묻혀보았는데 마취에서 깬 후 침팬지는 자기 얼굴의 물감을 탐색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습니다. Lewis와 Brooks-Gunn(1979)은 9-12개월, 15~18개월, 21~24개월의 유아들을 대상으로 거울 속 행동을 비교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엄마가 아이의 코를 손수건으로 닦아주는 척하면서 코에 빨간 립스틱이 묻도록 한 것입니다. 9-12개월의 유아들은 거울 속 자신을 보고 웃고 만지는 반응을 보였지만 빨간 자국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다른 아이를 대하듯 반응했던 것입니다. 15~18개월의 아동들에게서 자기 지향적인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21~24개월의 아동들에서 뚜렷해짐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거울실험이 '자기'를 반성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15개월경에 자기의식이 발달한다는 견해를 뒷받침해 주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언어의 사용과 당혹감, 자부심, 수치심 등이 출현하기 시작하는 것과 합치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 발달의 일정
Lewis(1990)를 참고해 '자기' 발달의 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0~3개월, 생물학적 결정론으로 특징 지워지는 시기로 초기의 반사행동이 점차 쇠퇴하고 학습이 우세해지기 시작합니다. 사회적 상호작용, 물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와 타인을 변별하기 시작합니다. 3~8개월, 능동적 학습이 우세해집니다. 행동-결과의 유관성, 수단-목표의 관계성이 파악되기 시작합니다. 영속성의 개념은 아직 없지만 거울을 보고 자기 행동과 거울 속 행동 간의 유관성을 알게 됩니다. 8-15개월, 새로운 정보나 자극에 억제를 보이는데 자극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낯가림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10~12개월부터는 인지적 성장으로 '비교하기'가 가능해집니다.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기 영속성'이 발현되고 타인과 독립된 '자기'의 보존이 가능해집니다. 15~24개월, 자기 자각과 자기의식이 나타납니다. 유아는 자신을 사회적 존재 중의 하나로 고려해 자기 행동, 사고, 감정을 반추할 수 있습니다. 24~30개월, 언어로 자신과 사회를 표현하게 됩니다. 행동의 결과를 알고 실패, 불안을 알며 이에 대한 평가의 감정이 생기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동기 이후의 '자기' 발달
세 살 반의 아동은 자신에 대한 일관성 있는 견해를 발달시키기 시작하고, 7~8세까지는 명료하고 안정적인 자기 도식을 갖추게 됩니다. 상징적 상호작용 주의자들은 타인을 '자기'의 주요 출처라고 주장합니다. 타인의 태도를 통해 '자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인간의 반성적 능력을 인정합니다. 사회화를 통해 내면을 반성적으로 들여다 봄으로써 '자기'에 관한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는 내성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 역할을 전적으로 부인하지도 않습니다. 내성을 비롯한 여러 가능한 출처들을 동원해 '자기'에 관한 지식을 형성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이 우리를 본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봅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에 대한 중요한 정보원인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사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관찰하여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자신에 관한 어떤 것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기 행동을 관찰합니다. 타인과 자신의 내부 세계, 자신의 외적 행동 등 세 가지가 '자기'에 관한 지식을 얻는 출처로 이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