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가설은 공격성의 추동이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좌절당하거나 분노의 감정을 경험하는 사람이 타인의 공격행동을 관찰하거나(이를 대리적 공격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공격행동을 하면(이를 직접적 공격이라고 합니다) 공격 추동이 감소하여 공격행동이 감소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회학습이론에서는 직접적이든 대리적이든 공격행동의 수행은 오히려 공격행동의 경향을 증가시킨다고 반박합니다. 강화가 수반되는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정화가설과 사회학습이론 간의 논쟁으로 인해 정화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습니다. 직접적 공격행동과 관련된 활동에는 공격적 놀이를 하는 것, 스포츠 활동과 같은 경쟁적 활동을 하는 것, 자신에게 공격을 가한 대상에게 직접적으로 반격을 하는 행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험적인 연구들은 대체로 반격하는 행위를 제외하고는 직접적 공격행동이 공격성의 감소를 가져오지 않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로써 정화가설을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총과 같은 공격적인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공격적인 놀이를 하는 것이 공격성을 감소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증가시켰고, 축구나 경쟁과제와 같은 경쟁적 활동을 통해서도 공격적인 에너지가 방출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모욕을 받거나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았을 때 그 대상에게 보복적인 공격을 한 경우, 이후의 공격행동의 빈도가 감소하거나 혈압과 심장 박동 수가 회복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정화가설을 부분적으로 지지하지만 정화효과 때문이 아닌 죄책감으로 인한 회복으로 해석한 학자도 있고, 반격을 한 후 다시 공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간접적인 공격행동과 관련된 활동에는 공격행동을 관찰하는 것, 상상하는 것, 공격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 등이 포함됩니다. 공격적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정화가설과는 반대로 오히려 공격행동의 증가를 가져왔습니다. 반면 공격행동의 공상은 주의 분산의 기능을 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폭력적인 공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상황에 대한 재해석을 동반한 부정적 감정의 표현이 분노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직접적, 대리적 공격 표현이 공격성을 감소시킨다는 정화가설은 경험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공격행동이 공격성을 증가시킨다는 사회학습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연구자는 대중매체의 폭력이 공격행동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사회 인지적 관점에서는 공격성과 관련해 사고, 기억, 해석과 같은 사회 인지적 변인들의 역할에 초점을 맞춥니다.
Dodge(1982)는 사회적 정보처리가 정보탐색, 해석, 반응 탐색, 반응 결정, 반응산출의 다섯 단계를 거쳐 진행되며, 각 단계에서 정보처리의 부적절함에 의해 공격행동이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정보탐색 과정에서는 가용한 정보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공격적인 단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공격행동이 나타납니다. 해석 과정에서는 애매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의도를 적대적으로 추론하는 체계적 편파를 보임으로써 공격행동이 나타납니다. 반응 탐색 과정에서는 갈등 상황에서 효과적이고 비공격적인 해결책을 탐색하는데 결함이 생겨 결과적으로 공격적인 해결 방안을 찾게 됩니다. 반응 결정 과정에서는 공격적인 해결책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합니다. 반응산출 단계에서는 공격행동의 수행을 보다 쉽게 생각합니다.
Mischel(1993)은 공격적인 사람들이 인지 사회적 개인 변인들, 즉 개인적 구성개념과 부호화 방략, 목표, 기대, 능력, 자기조절 체계에서 덜 공격적인 사람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격적인 사람들은 부정적인 체험을 상대방의 고의적인 공격적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또한 대인관계의 문제나 갈등이나 좌절에 직면해서 적절한 해결책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 부족하고, 욕구 충족의 지연과 같은 적절한 자기조절 기술도 부족하다고 봅니다. 공격적인 사람들은 공격행동에 가치를 부여하고 보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공격행동을 보이는 모델이 처벌받지 않거나 보상을 받게 되면 관찰자의 공격행동은 증가하게 됩니다. 사회화를 통해 사람들은 공격성에 관한 자기 규준을 형성합니다. 자기 규준은 공격행동의 자기 규제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자기 규준은 잊히거나 무시되기도 쉽습니다. 권위나 집단의 압력, 격렬한 흥분 등이 자기 규준의 망각에 기여해 평소 생각할 수 없었던 행동들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전쟁이나 폭동에서의 행동들이 그 예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권위적 인물의 지시에 복종해 공격행동을 하게 되는 과정을 Milgram(1974)의 '복종 실험'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학습실험을 가장한 사회심리학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옆 방의 학습자가 틀릴 때마다 전기충격을 주도록 지시받습니다. 학습자가 실수를 거듭할수록 더 높은 강도의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지시를 받습니다. 실제로 전기충격은 없었지만 피험자는 실제로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것으로 믿도록 유도됩니다. 피험자들의 63%가 학습자의 고통스러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지시에 복종해 최고 강도의 전기충격을 주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공격성은 개인적 책임이 분산되거나 희생자의 비인격화가 있을 때 정도가 심해집니다. 희생자의 비인격화가 인격화되고 중립적인 조건이었을 때보다 공격성의 강력한 결정자로 드러나고, 책임이 개인적일 때보다 분산되었을 때 공격성이 강해지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책임의 분산, 서로를 대면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전쟁 등 피해자의 고통이 가해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와 인간을 물체로 지각하게 되는 환경 등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