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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by jspringalgo 2025. 4. 6.

영화 소개 및 줄거리

2019년 토드 필립스 감독이 연출하고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한 〈조커〉는 DC 코믹스의 대표 악당 ‘조커’의 기원을 독립적으로 풀어낸 심리 드라마입니다. 주인공의 설정 자체가 악당이기에 '주인공으로서의 가치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기존의 히어로 중심 이야기에서 벗어나, 이 영화는 주인공 아서 플렉이 조커로 변모해가는 내면의 심리 변화와 외부 사회적 억압을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그가 처음부터 악당이 아니었다는 전제가 그 실마리가 되는 것입니다. 아서는 고담시의 낙후된 환경 속에서 코미디언을 꿈꾸며 살아가는 남성이며, 조현병과 관련된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정기적인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예산 삭감으로 치료가 중단되고, 사회적 냉대와 가족사 진실이 드러나며 그는 점점 정신적 파국에 이르게 됩니다. 아서는 우발적인 살인을 계기로 자아가 해체되고 ‘조커’라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며, 고담시의 혼란 속 상징적인 인물이 됩니다. 영화는 고담이라는 도시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과 방치’라는 문제도 근본적으로 드러냅니다. 결국 히어로의 대치되는 악당의 이야기라고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닌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환경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시한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조커

주요 장면 및 사회적 맥락

영화 〈조커〉는 단순한 한 인물의 타락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집단 심리가 만들어낸 괴물의 탄생을 다룹니다. 대표적인 장면은 지하철 총격 사건입니다. 이 장면에서 아서는 자신을 조롱하던 직장인 세 명을 총으로 살해합니다. 이후 이 사건은 고담시 빈곤층과 노동자들에게 영웅적 행위로 비춰지며 폭동의 시발점이 됩니다. 이는 ‘사회가 한 사람을 어떻게 파괴하고, 또 어떻게 그를 우상화할 수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TV쇼에 출연해 사회의 위선을 폭로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은 개인의 고통이 공적인 분노로 바뀌는 강렬한 전환점입니다. 영화 곳곳에서 반복되는 ‘웃지 않아도 웃는 얼굴’은 아서의 강박성 웃음 증상(Pseudobulbar affect)을 상징하는 동시에, 현대인의 감정 억제와 가면적 삶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영화는 정신질환과 함께 불평등, 고립, 무관심이 어떻게 한 사람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바꾸는지, 사회적 환경이 심리에 얼마나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영화라는 무대에서 극대화하여 강렬하고도 냉철하게 보여줍니다.

정신질환의 표현과 심리학적 해석

아서는 강박적 웃음 증상을 포함해, 환각, 피해망상, 분노조절 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징후를 보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정신분열증, 조현형 장애, 해리성 장애 등 복합적 문제로 해석될 수 있으며, 어릴 적 트라우마와 지속적인 학대가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아서가 어머니의 과거 정신병력과 학대를 알게 되는 장면은 정체성 해체의 기점이 되며, “진짜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는 융의 자아와 페르소나 이론, 또는 프로이트의 원초적 자아(Id)의 발현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정신질환은 병리적으로만 그려지지 않고, 억눌린 사회적 감정과 무시된 존재가 터져나오는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아서의 웃음은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외화이며, 그의 범죄는 단순한 악이 아니라 사회적 소외와 무관심의 산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연출은 시청자에게 ‘악인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비판하는 철학적 시각을 제공합니다.

사회 시스템과 회복 가능성

영화 〈조커〉의 가장 큰 메시지는 정신질환을 가진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치료나 약물이 아니라, ‘공감과 연결’임을 강조합니다. 아서가 상담사의 질문에 “당신은 내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 있나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의 심리 상태가 단순한 병리 문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무시와 소외에서 비롯되었음을 드러냅니다. 영화는 정부의 복지 삭감, 상담 중단, 거리의 폭력, 직장에서의 따돌림 등 다양한 요소들이 아서의 삶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현실 사회에서도 정신질환자의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단지 ‘내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의 문제’임을 비판합니다. 아서가 결국 조커로 변화하면서 마주하는 '환호하는 대중'은, 역설적으로 사회가 만든 괴물에게 열광하는 아이러니를 드러냅니다. 영화는 조커의 회복을 보여주지 않지만, 오히려 그 회복이 왜 불가능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며, 사회 전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